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 도마에 홈을 판 뒤 약을 숨기는 식으로 국내에 몰래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밀반입해 운반 및 보관을 하고 중국 조직은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시가 222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국제 연합 마약 조직이 검거됐다. 지금까지 경찰에 적발된 순수 필로폰 유통량 가운데 두번째 규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필로폰 74㎏(246만명 분·시가 2220억 상당)을 운반·판매한 마약 조직원 26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5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2명은 구속해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 등 국적으로 지난 1월부터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이 직접 제조해 인편과 국제화물 등으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을 조직적으로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단순 가담자·투약자 등으로 파악된 나머지 5명을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송치하고, 같은 혐의로 남은 4명도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일본·대만·홍콩 등지에 마약을 유통해오던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 이른바 ‘마이클’을 중심으로 한국·중국 국적 마약조직이 역할을 분담해 국내에 필로폰을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제조한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면, 한국 조직은 국내 밀반입 루트를 확보해주고, 이를 운반·보관했다. 중국 조직은 이 필로폰을 유통·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로폰은 1월27일 42㎏이 처음으로 조직원들의 몸에 부착돼 국내에 들어왔고, 이후 8월 중순과 9월 초 두 차례에 걸쳐 12㎏, 20㎏이 나무 도마 안에 숨겨져 국제화물로 들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들여온 마약은 위챗,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를 통해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0.6∼0.7g씩 국내에 유통됐다.
이번 사건 수사는 경찰이 지난 7월 말 30대 필로폰 단순투약자를 검거해 마약 입수 경로를 추적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영등포서장 지시로 백해룡 형사2과장을 팀장으로 한 12명의 마약수사전담팀 을 구성해 지난달 27일까지 모두 23차례 검거활동을 벌이고, 10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 남아있던 필로폰 27.8㎏(약 93만명 투약분, 시가 834억 상당)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로 말레이시아 조직이 후속 밀반입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선적 대기 중이던 필로폰 100㎏을 회수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수백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 74㎏을 국내로 대량 밀반입해 일부 유통한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나무 도마를 이용한 마약 은닉 수법을 공개하고 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 도마에 홈을 판 뒤 약을 숨기는 식으로 국내에 몰래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밀반입해 운반 및 보관을 하고 중국 조직은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경찰은 아직 압수되지 않은 46.2㎏이 모두 국내에 유통되진 않은 것으로 보고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총책의 정확한 신원과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달 1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마약류 확산 방지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수사 정보를 공유하기로 협약한 바 있는 만큼 향후 말레이시아 조직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과도 공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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