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왼쪽), 유가려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와 유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를 기각했다. 유씨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 등 추가 피해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국가가 유씨와 가족에게 2억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12일 오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와 유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유우성씨에게 1억2천만원, 유씨 동생인 유가려씨에게 8천만원, 유씨 아버지 유성룡씨에게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유씨와 가족들은 국가배상 소송 1심에서 인정된 사실 외에 추가 피해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유씨는 2004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뒤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국내 탈북자들 정보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유씨의 간첩 혐의는 3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는데,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 증거를 조작해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간첩 조작 사건’으로 번졌다. 이후 국정원이 유가려씨를 불법구금하고 가혹 행위를 해 “오빠는 간첩”이라는 허위진술을 받아낸 사실도 드러나자 유씨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수사기관이 불법구금과 모욕적 행위 등을 통해 유가려씨로부터 허위 진술을 얻어낸 점, 이러한 위법수집증거를 기반으로 유우성씨에 대한 구속과 재판 등이 이뤄진 점 등을 인정해 유씨와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유씨와 가족들은 이후 드러난 유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 남용과 유가려씨에 대한 국정원 직원들의 가혹 행위 의혹 등을 추가 피해까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항소했다. 항소를 기각한 법원은 유씨와 가족들이 주장한 추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유씨의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에 대해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가 ‘간첩 조작’이 드러난 뒤인 2014년 뒤늦게 유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2021년 대법원은 이를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유가려씨를 폭행하고 협박해 허위 자백을 받아 낸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유씨 쪽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형사 사건 항소심 결론이 날 때까지 국가배상 소송 선고를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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