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19일 오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왼쪽)와 동생 유가려씨가 자신들에게 가혹행위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의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가혹 수사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항소 마지막 날인 16일 오후 검찰이 항소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유가려씨에게 가혹 수사를 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 2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된 것에 대해 검찰이 이날 오후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려씨가 “오빠는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를 두고 다시 한 번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과 위증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ㄱ씨와 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유우성씨 간첩 무죄 판결과 배치되는 내용이 담겨 피해자 유가려씨 쪽은 항소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 판사는 유가려씨에 대한 국정원 직원들(피고인)의 조사가 ‘행정조사’에 불과했다며 “유가려에게 폭행·협박을 가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진술을 받아낼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2014년 4월 서울고법이 국정원이 ‘화교 신분’ 유가려씨를 추방하지도 않고 영장도 없이 171일이나 불법 구금하는 등 사실상 대공 수사를 진행했다고 인정했고, 이 사실은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유가려씨 쪽은 검찰이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양승봉 변호사는 “유가려씨 쪽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결과를 보고 국정원 직원들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로 고소했는데 검찰은 수사도 안 하고 소극적이었다. 언론에서 지적하자 겨우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혐의가 확실한 위증도 몇 가지 있어 공소장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 지원들은 유우성씨 재판에서 ‘유가려씨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했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증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검찰 과거사위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유가려씨의 ‘오빠는 간첩’이라는 증언이 거짓이라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를 받아놓고도 은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위증 혐의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의 늑장 기소로 이미 밝혀진 범행조차 처벌하지 못한 점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국정원 직원이 ‘회령 화교 유가리’라고 쓴 종이를 유가려씨의 배와 등에 붙이고 운동장으로 끌고 가 “탈북자로 가장해 들어온 나쁜× 구경하세요”라며 망신을 준 직권남용 행위는 이미 2014년 4월 유우성씨 간첩 사건 2심 판결에서도 밝혀졌다. 이 역시 공소사실에 포함됐지만 1심 법원은 “이 부분 공소는 마지막 범죄행위가 종료된 2013년 2월21일로부터 7년이 경과한 뒤인 2020년 3월2일 제기됐다”며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