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예술계 종북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당시 문체부(문화부) 장관이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종북 예술인들을 선별,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문화·예술인 관리 내용이 담긴 문건에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2010년 작성한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을 보면, 당시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제압’ 계획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최근 연예계·문화예술계 종북 인물들이 2012년 정치일정(대선)을 겨냥, 세 결집을 꾀하면서 정부 비판 활동을 획책하고 있어 면밀 대처 필요”라고 명시됐다.
또한 문성근·윤도현·명계남·이외수 등 일부 문화예술인을 언급하며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야권통합, 정권 비난 선동 노골화”, “20~30대 관심사인 실업 문제 등을 연극·콘서트 무대에 올려 감성을 자극”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유인촌 후보자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문체부 역할을 명시한 내용도 담겨 있다. 문건은 “예술계 종북 인물들의 반정부 활동 방치 시 사회 전반의 좌경화 등 심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므로 선제적이고 치밀한 대처로 제압”해야 한다며 “문화부는 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민예총(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내 온건 좌파 인물에 대해서는 끌어안기 등 순화 방안 강구”하고 “포용 가능한 종북 예술인들을 선별,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전략적 우군화 추진”이라고 적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국정원 불법사찰’을 수사하던 검찰은 MB정부 국정원이 해당 문건을 작성해 유인촌 문체부에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 기록을 보면, 검찰은 2010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정원 국익전략실 사회팀 문화체육예술분석관으로 근무한 ㄱ씨에게 이 문건 상단에 ‘제한, 대외기관 중요보고에 반영예정’이라고 표시된 것에 대해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ㄱ씨는 “제한은 좀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경우로, 일상 보고서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대외기관은 해당 부처로 문체부를 의미할 것이고, 문체부 장관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ㄱ씨는 검찰에 “제한 문서는 문체부 담당 IO(정보원)가 친전 형태로 장관 비서에게 국정원장 명의로 직접 전달하는 문서”라고 진술했다. 해당 문건 하단에 ‘※배포 : 대통령실장, 정무·민정·교육문화 수석’으로 적힌 것에 대해서는 “문체부 외에 최종적으로 대통령실장, 정무·민정·교육문화 수석에게 배포되는 문서라는 의미”라고 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예술계 종북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당시 문체부(문화부) 장관이었다.
문건 상단에 ‘면밀 대처 필요’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ㄱ씨는 “위 문건 개황에 보면 ‘필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통상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내는 보고서에는 불경스럽다는 의미에서 ‘필요’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면서 “다른 기관에 보내는 문서라서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MB정부 때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 질의에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별도의 수사나 조사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3년간 MB정부 문체부 장관이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