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며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하는 등 ‘문화계 좌파 인사 찍어내기’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MB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08년 좌파 예술인 차별 내용을 담은 문건이 작성된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문화계 시민단체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3일 국회에 제출된 유 후보자의 서면질의 답변서를 보면, 유 후보자는 MB정부 때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 질의에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별도의 수사나 조사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3년간 MB정부 문체부 장관이었다.
유 후보자의 주장과 달리 MB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08년 8월 작성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이 2017년 공개된 이후 계속 불거져왔다. 해당 문건엔 좌파·우파 예술인의 행태를 분석하고 좌파 예술인의 정부 지원금을 차단, 이를 우파 예술인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연대모임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디렉터는 “연예인 이미지 실추 유도 심리전이나 광고모델 교체 등 그간 정부의 진상조사를 통해 문건에 따른 예술인 블랙리스트 존재가 명백히 증명됐다”며 “이걸 (유 후보자가)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무슨 발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소송을 대리했던 강신하 변호사 역시 “당시 유 후보자의 문체부는 문건에 따라 기관장 교체하고 직원들 좌천시키는 일을 수행했다”며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은 장관에 대한 고소·고발도 없었고 검찰 수사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사건이 오래돼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MB정부 당시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관련 질의에 유 후보자는 “(기관장들의) 일괄 사퇴를 종용한 바 없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임명된 기관장의 경우 정권 교체 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 후보자가 장관이던 시절 해임된 기관장들은 이후 대법원에서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대부분 절차상 문제 등에 따른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유 후보자는 2008년 문체부 자료에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이 쓰여 임시정부 법통 논란이 일어났던 것과 관련해 “당시 광복회를 찾아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했고 현재의 입장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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