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20대 청년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김녹토(24)씨가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4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7일 밝혔다.
음악 작업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식당에서 일해왔던 김씨는 지난달 5일 늦은 밤 식당 일을 마치고 음악 관련 일을 하러 가던 중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상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김씨가 평소 헌혈을 자주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왔기에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김씨가 장기기증으로 삶을 이어가게 된 몸에서라도 다시 꿈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김씨는 차분하고 내성적이지만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고 한다. 음악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김씨는 방 안에 음악 부스를 만들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만든 곡을 많이 줬고 홍대에서 버스킹(거리공연)을 하기도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 하늘나라로 소풍 간거지? 천국에서 자유롭게 음악도 하고 네가 원하는 꿈을 다 이루길 바라. 사랑하고, 너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우리 모두 가슴에 영원히 간직할게”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