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일 서울시 구로구의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홍남선(75)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줄 정도로 주변을 세심하게 살폈던 70대 남성이 마지막 순간에도 장기를 기증해 1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일 서울시 구로구의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홍남선(75)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그는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을 기증해 1명의 생명을 살렸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삶을 선물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인대 및 건, 혈관, 연골, 심장판막, 근막, 신경, 심낭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 한명이 많게는 8명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기증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홍씨는 지난 6일 자택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홍씨 가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큰 슬픔에 빠졌지만, 평소 ‘누군가 살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증하고 싶다’던 그의 뜻대로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에 동의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일 서울시 구로구의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홍남선(75)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100여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전남 담양군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홍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고 한다. 월급날이 되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옷을 사주기도 했다. 또 겨울철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주고 대신 노숙자의 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홍씨의 조카는 이모부에게 “저에게는 아빠와 같던 이모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마지막(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고 가시나 봐요. 하늘나라에서는 편하게 즐겁게 지내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