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기증을 하고 5월27일 세상을 떠난 박수남(80)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5년 전 장기기증 희망을 등록한 80대 남성이 인체조직기증으로 100명이 넘는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수남(80)씨가 지난달 27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인체조직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4일 밝혔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인대 및 건, 혈관, 연골, 심장판막, 근막, 신경, 심낭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 한명이 많게는 8명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기증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나눌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집 뒤뜰에 쓰러진 채 발견된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충북 음성에서 삼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는 배려심 깊고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가족은 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면서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을 마음의 짐으로 여겼다고 한다.
인체조직기증을 하고 5월27일 세상을 떠난 박수남(80)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박씨는 삶의 끝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가고 싶다며 2018년 장기기증희망을 등록했다고 한다. 가족도 박씨의 뜻에 따라 기증을 결심했다.
박씨의 아들은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착하기만 했던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잘 지내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