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한 참가자가 양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이날 부안군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연합뉴스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위험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년의 아이템으로만 여겨지던 양산이나 쿨토시 등 ‘폭염 대비템’에 대한 관심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3일 현대백화점은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화한 지난달 25~31일 양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올랐다고 밝혔다. 다른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눈에 띄게 양산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남성과 30~40대에서 양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우양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0%가량 증가했다. 남성의 구매 증가율이 12%로 여성(5%)을 앞질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의 양산 구매가 지난해보다 11% 증가했다.
더위가 심한 대구시는 몇 년 전부터 ‘양산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는 각 구·군 민원실,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양산 수천~수만 개를 배부해 시민들을 상대로 양산 쓰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다. 대구시는 “폭염시 양산을 쓸 경우 따가운 햇빛을 피하고 온도를 7도(℃) 정도 저감할 수 있으며 체감온도를 10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질환이나 피부암도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과 양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양산 찬양’ 글이 올라온다. 한 누리꾼은 “양산 쓰고 나갔는데도 더워서 ‘효과가 없나’하고 양산을 내리자마자 불타오르는 줄 알았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다들 양산 써서 정수리를 지키자”, “양산은 생존템이다”, “마스크 필수 시대에서 양산 필수 시대가 됐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올해 들어 양산을 쓰고 다니는 남성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며 “남성들도 거부감 없이 양산을 쓰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양산은 200g 안 되는 걸로 사야 팔에 무리가 없어 오래 들 수 있다”는 팁도 공유됐다.
양산뿐 아니라 다양한 ‘폭염 대비템’들이 인기다. 한 누리꾼은 밀짚모자를 추천했다. 그는 “양산을 쓰면 팔 아파서 밀짚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걸 본 동료들도 함께 쓰고 다녔다”고 했다. 청년들의 ‘쿨토시’ 사용도 늘었다. 누리꾼들은 “쿨토시를 차면 팔 안쪽에 땀이 차지 않는다”, “패션 포기하고 쿨토시로 피부를 보호한다”, “쿨토시 깔별로 장만했다”, “공연이나 운동 경기를 관람할 때는 쿨토시가 필수다”라고 했다. 목에 걸어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넥 선풍기’도 인기다.
무더위 속에서 한 시민이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남성들의 반바지 출근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는 회사들에서도 남성의 반바지 착용은 자유롭지 않았지만 폭염에 이같은 분위기도 사라진 것이다. 2일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지난 6~7월 검색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반바지' 키워드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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