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 모습. 김영동 기자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사태가 휩쓸고 간 경북 예천군에서 어머니를 돕기 위해 달려온 가족에게 숙박업소가 무료로 방을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예천군청 누리집 ‘칭찬합시다’ 게시판을 보면, “ㄴ모텔 사장님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ㄱ씨는 지난 16일 침수와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예천군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가 무료로 방을 내어 준 숙박업소 업주에게 감사를 전하는 글을 썼다.
ㄱ씨는 글에서 “처음 (예천군에) 도착하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며 “손 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사태와 침수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아직 고인 분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경찰 분들과 수색견의 위험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북도가 16일 밤 9시까지 잠정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으로, 인명피해 규모는 계속 늘고 있었다.
지난 16일 예천군청 누리집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ㄴ모텔 사장님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ㄱ씨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자신의 가족에게 무료로 방을 내어준 한 숙박업소에 감사를 표했다. 예천군청 누리집 갈무리
산사태로 ㄱ씨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ㄱ씨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이 멍하니 떠내려간 집터와 황폐해진 밭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힘낼 수 있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며 말을 이어간 ㄱ씨는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의 격려와 목숨을 부지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자는 감사함”과 함께 묵을 곳이 없던 ㄱ씨 가족에게 무료로 방을 내어준 한 숙박업소를 언급했다.
ㄱ씨는 “잘 곳이 없어 숙소를 찾던 중 ㄴ모텔 사장님은 방을 무료로 제공해줬다”며 “그리고는 어머니 앞을 앞장서더니 식당에서 저녁을 선결제하던 사장님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과 표현할 수 없는 선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금이지만 어려울 때 받은 이 은혜를 꼭 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큰 피해와 정신적, 물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 지역 주민분들 모두 힘내길 바란다”며 다른 피해 이웃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해당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ㄷ씨는 <한겨레>에 “내가 한 일은 사소한 일이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이재민들이 용기를 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8일 오전 11시 기준 41명(경북 19명,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이 숨지고, 9명(경북 8명, 부산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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