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는 결정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배우자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제청 신청에 나선다. 이 조항이 고위공직자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의 심리로 20일 열린 첫 재판에서 유 총장 쪽은 공직자윤리법 14조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 14조의4는 재산공개대상자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배우자 등)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3천만원 넘게 보유할 경우, 직무 관련성 통보를 받은 지 두 달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규정한다. 공직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집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 총장의 대리인인 오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온세)는 <한겨레>에 “이 조항이 고위공직자 배우자의 재산권과 고위공직자 본인의 공무담임권(국민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담임할 수 있는 참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제청을) 조만간 정식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란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소송 당사자가 신청할 경우 법원이 판단해 제청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재판에선 유 총장 쪽은 여러 증거를 신청했다. 우선 “배우자가 가진 주식과 유 총장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조회를 감사원에 신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자가 주식을 보유한 뒤부터 해당 주식의 시세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유 총장 직무와 소유하는 주식 사이의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증거”라며 “증권회사에 시세 관련 조사도 해달라”고 했다. 소송 상대방인 인사혁신처 백지신탁심사위원회 쪽은 “주식의 시가가 떨어진다고 직무 관련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에 (백지신탁 결정 집행정지) 심리를 진행하며 공방을 했고,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쪽) 답변서도 3월에 왔다”며 “이제 와서 새로운 주장을 심리할 시간을 달라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유 총장의 배우자가 보유한 한 바이오기업의 8억원대 비상장 주식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백지신탁 결정을 내렸다. 유 총장은 지난해 12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주식백지신탁 결정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지난 1월 인용됐다.
다음 재판은 7월25일에 열린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