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28)의 학교폭력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의혹을 최초 제기한 전경원 교사가 전학 과정에서도 이 특보 아들의 ‘폭력행위’가 철저히 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특보의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 교사(하나고·휴직)는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하나고 학생이 전학 갈 때 학부모가 쓰고 교장이 승인하는 ‘전출입사유서’라는 것을 써야 했다”라며 “이 특보의 아들이 지난 2012년 5월 전학 갈 당시 관련 서류에 ‘영어 교과 난도가 높아 적응하기 힘들어 전학을 간다’라고 적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동급생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 때문에 원치 않는 전학을 갔음에도 서류상으로는 자연스러운 전학인 것처럼 꾸민 셈이다.
2012년 당시 서울시교육청 전·입학 관련 지침을 보면, 자율형 공·사립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할 경우 ‘소속학교장의 전출 동의를 받은 학생’이면서 가족 모두가 서울에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전학을 가려면 기존 학교에 사유를 밝히는 절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학업 문제를 사유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출입사유서는 보존기한(학교 3년, 교육청 5년)이 지나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전경원 하나고 교사(휴직·당시 국회 강민정 의원실 보좌관)가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 특보의 아들이 원치 않는 전학을 갔던 건 동급생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 때문이다. 2015년 서울시의회의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 사무조사 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하나고 교장은 시의회에 출석해 “(권투를 배운) ‘1인 2기’ 시간 이외에도 (이 특보 아들이) 아이들에게 툭탁거리는 일을 했다고 한다. 본인은 장난으로 했겠지만 상대방 학생들은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며 “그래서 권고전학을 하기로 했는데 학기 중간에 전학을 가게 되면 굉장히 불이익을 당한다. 본인과 학부모가 ‘전학을 갈 테니까 1학기를 마치고 가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학기 중간에 권고전학을 시키게 됐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특보 아들의 행위와 관련해선 학생의 폭력 행위를 다루는 학교폭력위원회는커녕, 학폭 외 학생의 비위행위를 다루는 선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전학 관련 서류에도 다른 사유를 적었다면 공식·비공식 문서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은 셈이다.
전 교사는 이 특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이 관련 이야기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2015년 8월 전 교사를 만난 자리에서 2012년 당시 상황을 전 교사에게 전하며 ‘2012년 당시 이동관씨와 통화했다’, ‘이씨가 학기 마칠 때까지만이라도 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전 교사에게 “처벌이 꼭 능사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 교사는 최근 피해 학생 중 1명이 입장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최근 피해자 중 1명이 ‘학폭 피해자로 낙인 찍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피해자는 최소 4명 이상이다. 지금도 고통 속에서 침묵하는 피해자들과 잠재적 피해자들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전교조 교사’, ‘정치적 목적의 폭로’라며 공격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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