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등 반인권적 발언으로 논란인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 상임위원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서 위원장을 향해 ‘좌편향적’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가장 독립적이어야할 인권위원이 ‘정치·진영 논리’로 인권을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위원은 지난달 28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위원장의) 성명서는 내용적으로도 좌편향이라서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공문서인 보도자료는 허위로 작성됐으니 허위공문서이고 허위공문서 행사죄”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인권위는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송두환 위원장 성명으로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의 이행을 위해 국제 노동기준에 맞도록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자료를 냈는데 이를 비판한 것이다. 성명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견줘 노동시간이 길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노동시간 개편이 노동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일반론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위원은 같은 글에서 “인권위는 ‘합의제’ 기관인데, 위원장 단독으로 성명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도 비판했다. 인권위는 출범 이후 줄곧 사무처가 초안을 작성하고 위원장이 승인을 하는 형식으로 위원장 성명을 발표해왔다.
이 위원은 인권위 성명의 편향성을 지적했지만, 줄곤 정치적 글을 써 온 사람은 이 위원이었다. 이 위원은 지난해 11월 게시판에 올린 ‘인권위 언론 보도자료에 소수의견을 넣자’는 글에서
이 위원은 “임기 3년인 인권위원 11명 중 4명을 지명하는 대통령이 올해 바뀌었기 때문에 멀지 않아 저와 의견을 같이하는 위원들이 인권위의 다수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인권위가 정권의 입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앞서 이 위원은 상임위 회의에서도 안건을 인권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좌·우 진영 논리로 접근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관한 의견표명의 건) 입법 권고 안건에는 “중도나 우파가 보기에 무모하거나 조악한 입법안”이라고 반발했고, 에이즈예방법 헌재 판단에 대해선 “현재 헌법재판관 중 진보적인 재판관들이 많아서 위헌 결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올해 2월 ‘윤석열차’ 안건 조사에선 “절차가 부적절했다. (해당 조사관이) 사적으로 친한 사람의 의견서를 개인적으로 이미 받았다”는 글을 올려, 인권위 직원 6명으로부터 ‘조사관 인격권 침해’로 진정을 당하기도 했다.
이 위원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는 지명 초기부터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이 위원이 선출 이후 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의 국민의힘 선거캠프에서 활동 경력을 문제삼아 “정부 여당의 정치적 영향에게 자유로울 수 없어 부적절하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우려가 잇따른다. 한 직원은 인권위 게시판에 “이 위원이 오면서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이 위원으로 인해 위원회를 떠나거나 떠날 뻔한 직원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위원이 인권위를 정치적인 사안, 정치적 좌우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인권위를 진영논리로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은 “저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많은 진보적인 것을 찬성했고 개별 사안의 내용을 따져서 반대했다”며 “오히려 진보적인 인권위원들이 진영논리에 빠졌다”고 답했다. ‘조사관 인권 진정’과 관련해서는 “해당 조사관에 대해선 (게시판에) 일부만 구체적이지 않게 쓰고 나머지는 더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인격권 침해일 수가 없다”며 “댓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는 얘기도 만약 나오고 있다면 그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 인권위 구성원들에게는 드릴 말씀은 ‘진정요지’와 ‘서면 진술서’를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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