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정책대응모임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군인권 개선 권고안 소수의견에 넣으려 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 상임위원이 인권위에 ‘피진정인’으로 접수됐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정책대응모임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일삼는 인권위원은 자격이 없다”며 “이충상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곧바로 이 위원이 지난 4월 상임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는 점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 위원은 최근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에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담으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위원은 ‘군대 내 두발 규제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훈련병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견해에 반대하면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는 등 보수 기독교계에서 통용되는 성소수자 관련 허위 주장을 고스란히 옮겨 적으며 권고안에 반대했다. ‘해병대 훈련병 짧은 머리 강요’라는 안건과 관련 없는 주장인데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혐오 표현이 가득해 다른 상임위원들이 ‘소수의견으로 공표할 수 없다’며 반대해 해당 표현은 최종결정문에 담기지 않았으나, 이 사실이 인권위 내부망에 오르면서 비판을 샀다.
단체들은 “이런 인식을 공식적인 결정문에 담으려 한 것 자체가 인권위원으로서 자격 없음을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이 위원의 의견서는) 군대라는 조직이 두발을 강요하는 결정의 사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용에다가 성소수자 혐의를 선동하는 단체들이 퍼트리는 혐오발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구정화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 인권위 인권교육 전문위원 9명도 이날 공동명의로 의견서를 내어 “혐오와 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이 위원은 인권의식 결여와 무적격성을 증명할 뿐”이라며 “혐오표현을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이 위원의 회의를 거부하고 권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이 위원은 지난해 10월 여당 몫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인권위 침해구제2소위 위원장 및 아동권리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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