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1박2일 도심 노숙집회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원.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도심 노숙집회’를 계기로 당정이 자정 이후 집회·시위를 금지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추진 뜻을 밝힌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200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집회에 대해 허가·불허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는데, 당정은 0시~오전 6시에는 집회를 금하겠다고 했고, 이런 개정 방향이 허가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옥외집회 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집회를 허가 또는 불허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당시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 자체에서 직접 제한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기본권 중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
옥외 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을 규정한 집시법 제10조는 옥외 집회와 시위를 각각 다르게 제한한다. 둘 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금지하면서, 옥외집회에 한해서만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옥외집회만 허가제의 꼴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중이 모여 이동하면 시위, 제자리에 있으면 집회로 본다.
당시 헌재는 이런 방식의 ‘포괄적 금지 및 예외적 허용’이 사실상 허가제라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당정이 집시법을 개정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특정 시간대에 집회 등을 금지하고, 제한 조건을 달아 허용할 경우 위헌 판단을 받은 ‘허가제’처럼 운영될 수 있다. 박한희 변호사(희망을 만드는 법)는 “야간에 시간대를 정해 무조건 집회를 못 하게 하는 것은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만큼 설령 법으로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를 집회·시위 금지 시간대로 들고나온 건 2014년 헌재 판단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집시법 제10조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문구에 대해 판단했는데, ‘해가 진 이후부터 같은 날 밤 12시까지의 시위’를 금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경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밤 12시 이후는 국민의 주거나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 현황, 법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즉 법률로 금지 시간을 규정하는 건 가능하지만, 최소한 자정까지는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특정 시간대를 묶어 집회·시위를 금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인 오민애 변호사는 “당정의 입법 시도는 명목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간대를 특정해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다”며 “야간 집회·시위로 인한 문제점은 소음 기준 등 다른 법률로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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