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앞줄 가운데)이 2022년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다른 재판부의 재판 결과나 판단이 서로 영향을 받게 되는 측면이 있어 염려가 되는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15일 유사한 사건을 여러 재판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심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 ‘대장동 일당’에 대해 지난 1년 6개월간 재판해 왔는데,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지난 3월 재판에 넘기고, ‘대장동 일당’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기 때문이다. 기존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의 공소장도 최근 변경 신청해 배임액을 ‘최소 651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바꾸고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공범으로 명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변경 공소장은 재판부에서 1년 이상 심리해왔던 업무상 배임 기본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그런 내용”이라며 “이재명·정진상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거의 포함돼 있고 배임 구조도 새로 들어가 3개 재판부가 동일한 공소사실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은 형사합의22부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의 배임 사건은 형사합의33부에서,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사건은 형사합의23부에서 각각 맡고 있다. 게다가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은 형사합의22부가 별도로 심리하고 ‘대장동 판박이’라 불리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형사1단독에 배당돼 있다. 앞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실장의 배임 사건은 형사합의23부에,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은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에 병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존 사건이 상당히 진행된 탓에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장기간 추가 수사를 통해 본질적인 범행 구조를 보는 과정에서 (변경 공소장의) 피해액이 상당히 늘어났고 재판부의 심리 기간이 가중된 부분에 공감한다”면서도 “애초 형사합의22부와 23부로만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33부까지 3개 재판부로 나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과 실체에 가장 근접하게 공소사실을 구성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라며 “부작용과 우려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들도 당혹스러워했다. 남욱 변호사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이 허가된다면 종전 신문 내용을 다시 (증인을) 불러서 증거조사해야할 것”이라며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5개 재판부에서 (유사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1심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만배씨 변호인은 “피고인 입장에서 공동정범인 이재명씨나 정진상씨가 어떻게 방어하는지 봐야 하는데 (재판부가 달라서) 곤란하다. 각자 재판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처럼 장기간 걸친 수사와 잦은 기소, 공소장 변경 그리고 기초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안에 대한 수사 재판을 동시진행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1년 반 이상 심리해왔던 것과는 다른 부분, 새로운 부분을 심리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겨 우리 재판부뿐만 아니라 관련 사건 재판부에서 고민을 안 될 수가 없다”며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한 문제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들이 풍부하게 구체적으로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공판은 5월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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