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1일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7월 총파업’ 등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서울에 모인 양대 노총의 집회 인원만 주최 쪽 추산 8만명(경찰 추산 약 3만8천명)에 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노조 간부 및 조합원 3만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2만5천명)이 모인 가운데 ‘2023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맞이한 첫 노동절 대규모 집회에선 노조를 에워싼 전방위적 압박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은 검찰 공화국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일상이 됐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며 “불법·비리·폭력·간첩 등 온갖 낙인을 찍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저들의 목적은 결국 민주노조의 말살이다”라고 말했다.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고용세습 근절 등을 명분으로 연일 노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정부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양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자”며 오는 7월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아웃(OUT)’ ‘가자 총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연단이 설치된 동화면세점 앞에서부터 서울 시청역까지 6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날 오전 채용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분노도 들끓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잔인한 건설노조 탄압이 급기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노동자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을 박살 내자”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건설노조 조합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오죽했으면 분신했겠느냐고 다들 얘기한다. 나라가 우리를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을 포함해 전국 14개 광역시도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13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의 노동절 집회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지침 등에 반대하며 연 노동자대회 이후 7년 만이다.
여의대로 5개 차로를 가득 채운 주최 쪽 추산 5만명(경찰 추산 1만3천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를 향해 “노동개악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회계장부를 뒤지고, 1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노동복지회관을 노동조합에서 빼앗는 걸 소위, ‘노동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근로시간 개편도, 임금체계 개편도, 파업권 무력화도 결국 사용자와 자본을 위한 선물 보따리일 뿐이라는 걸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혐오를 멈추지 않고, 반성과 정책변화 없이 불통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동자 서민의 저항의 불길은 정권 전체를 불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집회 대응을 위해 서울 도심에만 경찰기동대 등 80개 부대를 투입하는 등 전국에 170개 부대(1만2천여명)를 배치했다. 지난 3월 처음 선보인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 3대도 함께 투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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