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이번엔 국민의힘에 ‘총선 공천권 포기’를 요구하며 ‘전국민 당원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유우파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정치인 몇 사람이 공천권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고 (하는데)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 안에서 전 목사로 대표되는 ‘아스팔트 보수’와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이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선출했을 때처럼 당원 투표만으로 총선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구국의 전투조직으로 강화하겠다”며 전국민 당원 가입 운동까지 예고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이 ‘공천권 포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우파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자세를 보고, 창당을 하든지 안 하든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목사 쪽은 당초 이날 기자회견 주제를 ‘국민의힘과의 결별’이라고 공지했지만, 실제 기자회견 내용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전 목사는 “광화문 자유우파 기독교 세력 등이 국민의힘을 도와주면, 반드시 저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워서 자유통일까지 해줄 줄 믿고, 제가 당원 모집에 가속도를 붙여 더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앞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신도들의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전당대회가 끝난 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최고위원회에 가서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목사에 당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전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광화문에서 5년 동안 투쟁을 해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 상원의원들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제가 미리 가서 공작을 다 해놨다”고도 했다.
전 목사는 최근 재개발 보상금 500억원을 받기로 하고 교회를 이주하기로 했다가 번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언론의 ‘알박기’ 보도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동네 주민들의 편리를 봐 드리기 위해 손해를 봐가면서 (보상금) 500억원에 합의했다. 안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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