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국민의힘에 ‘총선 공천권 포기’를 요구하며 “전국민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전 목사가 당 관련 발언을 이어가면서, 국민의힘이 그와의 절연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전 목사는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우파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정치인 몇 사람이 공천권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고 (하는데)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 투표만으로 내년 총선 공천을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 자세를 보고, 창당하든지 안 하든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민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전 목사 쪽은 애초 기자회견 주제를 ‘국민의힘과의 결별’이라고 공지했지만, 실제 내용은 국민의힘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며 “그 입을 당장 닫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 공천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다. 다른 당(자유통일당)을 창당해 실질적 대표를 하는 분이 남의 당 일에 그렇게 왈가왈부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중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절연을 여러 차례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 목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이후 가장 시급했던 일은 극우와의 단절이었는데, 극우 세력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쳐내지 못하고 황교안 전 대표처럼 똑같은 길을 가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총선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지도부 리스크가 돼 버렸다”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전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고 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태경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굉장히 심각한 해당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윤리위원회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당론”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정근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임명장을 받은 뒤 “(김 최고위원 징계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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