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수임료 440만원을 받고도 수사절차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알지 못한 ‘연락 두절 변호사’에게 과태료 300만원.’ ‘의료사고 손해배상 사건에서 착수금 330만원을 받고도 9개월이 지나도록 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수임료도 반환하지 않은 ‘잠수 변호사’ 과태료 200만원.’
지난 2020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펴낸 ‘징계사례집’에 나온 사례들이다.
변협이 학교폭력 재판에 불출석해 소송에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징계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불성실한 변호 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대부분 정직 이하의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러나 법조계는 권 변호사의 사례는 ‘질이 다르다’며 중징계를 전망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땅 소유권 이전 사건을 위임받은 변호사가 재판에 두 차례나 출석하지 않고, 기일지정 신청도 하지 않아 소 취하로 간주했고, 변협은 이 변호사에 대해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7년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에 “나는 참석하지 못하니 국선변호인을 통해 기일을 진행하라”며 불참했던 변호사도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민사사건을 수임하고 소장을 접수하지 않았을뿐더러 증거자료까지 잃어버려 패소하게 한 변호사에 대해선 정직 3개월이 내려졌다. 소송 진행을 이유로 의뢰인에게서 1억420만원을 받고도 재판에 3회 불출한 변호사에게는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하기도 했다. 변협은 권 변호사처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된 사례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최근 10년간 모두 9건이라고 밝혔다.
징계를 상습적으로 받은 변호사도 있다. 1·2심 패소를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대법원에 상고도 하지 않고 이후 수임료 2배 변상 약속도 안 지킨 변호사 ㄱ씨에 대해 지난 2015년 정직 3개월 처분을 변협은 내렸다. 앞서 ㄱ씨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의뢰인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과태료 300만원과 70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었다.
권 변호사가 맡은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인데, 법원은 불성실 변호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왔다. 사기 혐의 피의자를 변호하면서 재판부가 요구한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 ㄴ씨에 대해 법원은 법무법인과 공동으로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2022년 11월). 상고이유서를 지각 제출한 변호사 ㄷ씨에 대해서도 법원은 위자료 1500만원을 판결했다(2022년 12월).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사건 위임 계약에 따라 맺어진 관계로,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변호 활동을 할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변협은 권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사건이 징계위원회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징계 수위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징계 수위는 ‘정직 수개월’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진우 대한변협 윤리이사는 “권 변호사는 불출석 재판 횟수도 많지만, 의뢰인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까지 했다. 또한 맡은 사건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사건으로, 불성실한 의무 이행으로 결국 피해자의 말을 유족이 대신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이전 성실의무 위반 변호사들과는 위중함의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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