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의 불출석 등으로 재판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에게 서울시교육청이 ‘재판에서 졌으니 소송비용을 물어내라’며 1300만원을 청구했다. 보도가 나가자 교육청은 소송비용을 요구하지 않을 예외 규정을 찾아보겠다고 자세를 낮췄으나 교육청 외 나머지 소송 상대방들이 무더기로 유족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소송사무처리규칙에 따라 소송비용 1300만원을 (피해자 유족에게) 청구하는 문서를 지난달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이를 확정하면 소송을 낸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은 교육청의 소송비용을 대신 물어야 한다. 다만 시교육청은 이날 보도가 나간 뒤 소송비용 청구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학교폭력으로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주원양 어머니 이기철(56)씨는 이듬해 8월 서울시교육청과 가해 학생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 1심은 피고 33명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피고 1명이 소송에 응하지 않아 ‘자백을 한 것(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됐고, 이 피고에게 5억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부 승소 판결이었다.
이씨는 1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피고 33명 중 19명의 책임을 다시 따져봐달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아 항소는 취하됐다. 5억 배상 책임을 떠안은 피고도 항소했는데, 권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피고 주장(‘5억 배상 책임 없다’)이 받아들여졌다. 1심에서 그나마 인정받은 ‘배상금 5억원’도 사라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해 총 34명에 달하는 피고들이 이씨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청구한다면,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이씨 등 유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이 권 변호사와 권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재심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1심에서 인정받은 손해배상액을 변호사 쪽에 청구할 수는 있다. 법무법인의 불성실 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며 “그러나 5억원을 모두 받아내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가 소속됐던 법무법인 해미르는 “권 변호사가 4월 6일자로 해미르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검토에 나섰다. 대한변협은 이날 “본 사안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협회장이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조사로 사실 관계가 정리되면, 권 변호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방침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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