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 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TV) 갈무리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를 대상으로 낸 소송에서 진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에게 ‘9천만원을 갚겠다’며 각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유족 설명 등을 종합하면,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이기철(56)씨는 지난달 말 권 변호사로부터 9천만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한줄짜리 각서를 받았다.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패소한 사실을 숨기다 5개월 만에 권 변호사가 이씨에게 사실을 털어둔 날이었다. 이씨는 “처음엔 각서에 한 줄만 써서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없다’고 항의했더니 ‘불출석했다’는 식의 잘못을 그제야 적었다”고 말했다.
9천만원 역시 유족과 상의없이 권 변호사가 책정한 보상액이었다. 앞서 유족은 권 변호사에게 1·2심 수임료로 모두 990만원을 냈다. 또 1심에서 유족이 일부 승소하면서 결정된 배상금 5억원도 권 변호사의 항소심 재판 불출석으로 뒤집혀 없던 일이 됐다. 권 변호사가 임의로 갚겠다고 금액은 1심 기준으로 유족이 받을 수 있었던 배상액보다도 4억원가량 적다.
고 박주원양은 중·고등시절 계속된 학교폭력으로 16살이던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어머니 이씨는 이듬해 8월 서울시교육청과 가해 학생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2월 1심은 소송에 응하지 않은 피고 1명(자백 간주)에게만 5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아 항소취하로 간주됐다. 1심에서 5억 배상 판결을 받은 피고 1명도 ‘5억 배상 부당하다’며 항소했는데 권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원고인 이씨 패소) 소송비용 회수 포기를 검토하는 서울시교육청을 제외하더라도 33명에 이르는 피고들이 이씨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청구한다면, 유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에 권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방침이다.
한편, 재판 불출석 관련 보도 이후 연락 두절 상태였던 권 변호사는 이날 오전 이씨에게 연락해 “앞으로 전화를 잘 받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 현재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기자들 앞에서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