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앞에서 바닥 냉기를 막기 위해 비닐 봉투로 다리를 감싸며 김건희 총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가 시급 400원 인상안에 합의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지 389일 만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용역업체 프로에스콤과 지난 7일 임금협상을 진행해 2022년도 시급을 1년 전보다 400원 올린 9790원으로 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쪽은 당장 지난해 정년퇴직으로 줄어든 1명은 충원하지 않고 시급 인상안만 합의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애초에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과 2026년 정년퇴직이 예상된 노동자 12명을 채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렸다. 이번 협상에서 지난해 퇴직 인원은 충원하지 않기로 한 대신, 앞으로 양쪽은 2023~2026년 정년퇴직으로 감소한 인력 충원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임금협상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지부 관계자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데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금문제를 합의할 수 없다던 학교가 한발 물러섰고, 노조도 이를 수용하면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서울지부와 집단교섭을 벌인 13개 대학 중 유일하게 처우 개선에 합의하지 못한 곳이었다. 서울지부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안대로 시급 400원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실제 사용사업자인 덕성여대가 재정난을 이유로 인상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투쟁 시위가 지난해 3월14일부터 시작됐고 389일 동안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이 “‘노동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대학 캠퍼스를 투쟁 구호판으로 만들고 억지 주장을 일삼는 불법행위가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을 갈라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경숙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장은 <한겨레>에 “조합원들과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애를 써주신 덕분에 합의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