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 탄압, 일방적 구조조정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졸업생 106명 긴급 기자회견에서 졸업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시급 400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학교 쪽은 ‘불법행위’ 딱지를 붙이며 여전히 노동자를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덕성여대 졸업생들이 직접 김건희 총장에게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대화하라”며 촉구하고 나섰다.
6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덕성여대 졸업생 9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쪽은) 임금 인상 대신 구조조정을 제안하거나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악질적인 탄압을 하고 있다”며 “김 총장은 청소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학내 구성원을 갈라놓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면담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졸업생 106명이 이 성명문에 동참했다.
중장년 여성들인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30여명은 지난해 3월14일 시작한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요구안은 시급 400원 인상이었던 까닭이다. 서울지역 13개 대학이 같은 안건으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집단교섭을 벌였고, 덕성여대를 제외한 12곳은 모두 처우 개선에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덕성여대는 시급 400원 인상을 수용하는 대신 2026년까지 정년퇴직이 예정된 청소노동자 12명 인원을 충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현재 김 총장은 노조에 대화 조건으로 농성장 철거와 대화·교섭 시 서울지부 간부 참석 불가 등을 제시한 상태다.
앞서 김 총장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을 ‘갈라치기’하고 노조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김 총장은 담화문을 내고 “‘노동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대학 캠퍼스를 투쟁 구호판으로 만들고 억지 주장을 일삼는 불법행위가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후 덕성여대 캠퍼스 게시판 곳곳에는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난하는 대자보와 메모지가 붙기도 했다. 학교는 이후 노조에 내용증명을 보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조처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새 학기가 돼서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학생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덕성여대 글로벌융합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씨는 “학교 쪽에서 청소노동자들과 대화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학교에 답답하다”고 했다. 국어국문학과 2학년인 ㄱ(21)씨는 “교내가 어지러운 건 사실이다. 하루빨리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6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 탄압, 일방적 구조조정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졸업생 106명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지영 기자
6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 탄압, 일방적 구조조정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졸업생 106명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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