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30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병찬 기자
“명문 대학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대학에 이번 현지 방문평가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우리 대학교를 ‘부실대학, 낙오대학, 낙제대학’이라 칭하며 각종 명예훼손과 억측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8일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 중 일부다. 김 총장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대학 평가를 대비해 노조에 “(집회를) 3일만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조가 이를 듣지 않았다며 임금협상을 중단했다. 교직원들은 전날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노조가 수시 실기 고사와 대학 평가 때 활동하며 학교를 비판한 문구를 보고 총장님이 언짢았던 것 같다.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님 입장이 확고하다.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며 협상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9일 오후 덕성여대, 인덕대, 연세대 등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청소노동자 200여명은 덕성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싸움 끝에 덕성여대는 지난달 24일 시급 400원 인상을 수용했지만, 2026년까지 정년퇴직이 예정된 청소노동자 12명 인원에 대해서 충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노조가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13개 대학 중 유일하게 임금협상을 하지 않은 ‘꼴찌 대학’이라는 건 사실이다. 고소하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라고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덕성여대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은 임금 인상을 빌미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하는 ‘꼼수’일뿐이라고 지적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윤경숙(65)씨는 “학교가 제시한 12명 인원 감축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23%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7~8년 사이 청소노동자 8명이 줄어 4명이 청소하던 건물을 2명이 청소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진 상황”이라며 “더 줄이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노동조건 악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꼼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덕성여대 학생들은 학교가 진정한 명문 대학으로 거듭나려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재학생인 김아무개(24)씨는 “김건희 총장 생각엔 명문대학이 취업만 잘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명문대학은 학생, 교직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체적이고 소통할 줄 아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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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위 기사를 최초 보도하면서 “최근 7~8개월 사이 청소노동자 8명이 줄었다”고 했으나 이는 인터뷰한 청소노동자의 착오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최근 7∼8년 사이에 청소노동자 8명이 줄어든 것’으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