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경로당에 난방비 지원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지난 8개월간 추가 수사로 ‘대장동 의혹’ 배임 혐의의 주된 책임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으로 옮겼다.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액도 당초 ‘651억원+알파(ɑ)’에서 ‘489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대선자금 수사’라고 적시하며 정치적 파장을 극대화했던 것과 비교해, 정작 수사 결과는 대장동 사건 초기부터 계속된 배임 의혹만 되풀이된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옛 부패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150여쪽에 달한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뒤 정치적 자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 민간사업자와 유착했고, 대장동 사업 최종 결재권자로서 이들에게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산정한 이 대표의 구체적인 배임 액수는 4895억원이다. 대장동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체 수익 약 9600억원의 70%인 6725억원을 확보했을 텐데 이 대표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을 빼면서 489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측근들과 공모해 업무상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흘려 7886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도록 했다고 본다.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2013년 11월∼2018년 1월 민간사업자에게 내부 정보를 흘려주고,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해 211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반면 이 대표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검찰 조사 당시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사업비용 1120억원을 추가로 부담시켜 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확보했다”며 “이익 배분을 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한 것은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당연한 판단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6년 사업 인가 당시 성남시 환수액은 5503억원, 민간이익은 1800억원 이하였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폭증한 것으로, 지가 폭등을 예상 못 했다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도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년 10월∼2016년 9월 성남에프시 이사장으로 지내며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회사 등 관내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33억5000만원을 유치한 대가로 건축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네이버로부터 뇌물을 공여받은 것임에도 기부를 받은 것처럼 가장한 혐의도 있다.
반면 천화동인 1호 배당금 428억원을 제공받기로 약정했다는 의혹 등 개인 비리와 연결될 수 있는 혐의들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서 빠졌다. 형사법 이론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배임 혐의는 정책 판단의 영역으로, 법리 다툼이 충분히 가능한 혐의다. 반면 정치자금이나 뇌물 약속은 증거와 입증이 중요하다. 검찰로서는 우선 배임 혐의로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뒤, 나머지 돈 관련 혐의를 압박한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면서 “배임 역시 중한 범죄이지만, 범행 동기를 입증하지 못하면 자칫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는 보고 및 승인·결재 과정을 부인하고, 사건을 정치적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대표와 측근을 통해 증거를 인멸했거나, 향후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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