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 공판 뒤 짧은 입장을 밝히고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법원이 3년여 심리 끝에 지난 3일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공정의 훼손’을 수차례 언급하며 그를 비판했다. △자녀 입시비리 △딸 장학금 수수 △감찰무마 의혹 등 유죄로 인정된 혐의들이 우리 사회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6일 조 전 장관의 판결문에서 “(조 전 장관의) 범행으로 인해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민정수석의 지위에 있으면서 자녀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금원을 반복적으로 수수해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혐의에 관해서도 “사정권한을 부여받은 피고인 스스로가 공정의 잣대를 임의로 옮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사정기관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꼬집었다. 입시제도라는 제도의 신뢰와 공적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훼손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조국 사태’로 분열된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도 조 전 장관에게 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범행으로 인한 결과와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죄책 역시 매우 무겁다”며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은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여전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이어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주변 지인들과 “(투자 사실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전혀 몰랐다” “청와대 일로 정신없으니까 공인인증 비밀번호를 남편이 해놓으면 다 내가 넣고 마감도 내가 시켰다” “우리 남편도 (재산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던거야. 깜짝 놀랐나 봐요” 등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직자에게 금지된 사모펀드 투자는 정 전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조 전 장관이 구체적인 내역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투자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의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8년 1월 정 전 교수의 요청으로 조 전 장관이 투자에 사용된 4천만원을 입금하는 등 정황에 주목했지만, 재판부는 정 전 교수가 “자신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변에 밝혀온 말에 무게를 둔 셈이다.
한편, 재판부는 유재수 전 부시장을 감찰하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외압을 호소하자,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그 배경을 살펴보다가 도리어 감찰 무마를 지시한 사실도 판결문에 명시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정치권의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막아달라는 특감반의 요청에 눈감고 오히려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판단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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