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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눔꽃] “엄마아빠 쳐다보지 않던 락이, 이젠 도어락 들리면 나와요”

등록 2022-12-14 10:40수정 2022-12-14 10:53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14년 특집]
‘파이퍼 증후군’ 앓는 락이
호흡곤란과 청색증에 시달리기도
500여명 후원의 손길로 진료 전념
락이(가명·오른쪽)가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락이 엄마 제공
락이(가명·오른쪽)가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락이 엄마 제공

‘극룡, 극룡….’ 네살 락이(가명)는 ‘공룡’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말하게 됐다. 발음은 다소 부정확하지만 락이 부모에게는 락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희망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언어 발달이 느리기 때문이다.

‘파이퍼 증후군’이라는 선천적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락이는 지난 5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소개됐다. 두개골 뼈가 너무 일찍 붙어 뇌가 성장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광대뼈가 함몰돼 안구가 튀어나오고, 친구들보다 넓은 양쪽 눈을 가지고 있다. 네살 인생이지만 두개골 수술을 비롯한 아픈 수술이 반복됐다. 최근 1년 사이 좁은 기도 때문에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찾아와 기도 내 삽관을 받기도 했다.

보도 이후 아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락이 가족에게 응원이 쏟아졌다. 561명의 도움으로 1856만6623원이 금세 모였다. 덕분에 락이 가족은 지난 8월 전세 대출금을 마련해 서울 내 대학병원 근처로 이사갔다. 락이의 희귀성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병원이다. “최근 락이가 잔기침이 잦아지고 숨이 가빠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요. 겨울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기 마련이라 걱정이죠. 그래도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병원 근처에 이사와서 조금은 안심이 돼요.” 락이 엄마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엄마가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며 락이네 생활도 훨씬 안정됐다.

락이가 언어치료를 제때 받게 된 것도 후원금 덕분이다. “락이랑 비슷한 병을 가진 ‘1년 형아’를 알고 있거든요. 그 형아가 언어 치료를 받은 지 1년 만에 숫자를 모두 읽고 엄마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대요. 락이도 내년에는 말을 조금이라도 더 할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어요.”

더디지만 차근차근. 락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원래 락이는 엄마아빠가 집에 들어와도 바로 쳐다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밖에서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반가워하며 나온다. 외국에 살고 있던 이모가 한국에 들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락이가 바깥에서 활동을 많이 못해서 엄마아빠 빼고는 낯설어했거든요. 그동안 만나온 어른은 다 바늘로 찌르거나 피를 뽑는 의사들밖에 없으니까 무서웠던 거예요. 이모한테도 처음엔 그랬는데, 이젠 이모가 좋다면서 마구 뽀뽀하더라고요.” 엄마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락이가 대견하다.

락이네 부모는 연말을 맞아 락이에게 300만원을 후원해준 후원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최근 보냈다. “최근 락이 아빠 꿈에서 누군가 나타나 ‘살면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대요. 락이 아빠는 마음이 무너지는 게 제일 힘들다고 답했대요. 그게 평소 마음이었겠죠. 근데 후원자 분의 도움으로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힘을 얻었다고 해요. 경제적 도움을 넘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지지를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편지로 전했어요. 그 말을 모든 후원자 분들에게 다시 드리고 싶어요.”

락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산책하고 있다. 락이 엄마 제공
락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산책하고 있다. 락이 엄마 제공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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