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준(7·가명)이가 지난 10월 말 경기도 파주의 한 병원학교에서 가을을 주제로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두준(7·가명)이의 요즘 관심사는 친구다. 어른들만 가득했던 병원을 벗어나 또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학교를 꾸준히 다니면서 생긴 변화다.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두준이의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반항심도 생기지만, 엄마(43)는 조금씩 변하는 두준이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지난 4월 <한겨레> 취재 당시만 해도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기로 돌아가고 싶다”며 재활치료에 지친 모습을 보이던 두준이는 이제는 매일 다른 꿈을 그린다. “어제는 경찰, 오늘은 의사가 되고 싶대요.” 엄마가 말했다.
두준이는 엄마의 임신 27주 만에 1.34㎏의 저체중 아이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발생한 뇌출혈은 수두증과 뇌손상으로 이어졌고, 희귀난치병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진단을 받게 됐다. 두돌이 갓 지났을 때 시작된 첫 발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직이 심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고관절마저 탈구된 상태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틀어지면서 사시도 생겼다. 엄마는 두준이가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라며 자택인 경기 광주에서 재활병원이 있는 파주를 오가야만 했다. 때론 두준이의 침대 옆에 놓인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며 두준이의 치료에 매달렸다.
이혼 후 홀로 두준이를 키우는 엄마는 매달 800만원이 넘는 재활치료비를 보험금과 대출로 겨우 감당해왔다. 하지만 두준이가 과잉치료를 받고 있어 보험금을 지급해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보험사와 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9년 전 받은 갑상선암 절제 수술의 후유증으로 몸이 성치 않지만 재택으로 할 수 있는 부업을 하며 어떻게든 두준이의 치료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이런 두준이의 사연을 담은 <한겨레> 나눔꽃 보도 뒤 2221만5101원이 모였다. 이 가운데 1500만원은 두준이네에, 나머지는 두준이네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정에 지원됐다. 후원금은 두준이의 재활치료와 생계를 지원하는 데 쓰였고, 아직 500만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남은 후원금도 앞으로 발생할 병원비와 생계비 등으로 쓰인다. 엄마는 “도움 주신 분들의 손길로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게 됐다”며 거듭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후원금을 통해 두준이는 지난 5월에 사시 수술을 하고, 안경을 쓰게 됐다. 두준이네는 병원에서 멀었던 경기도 광주를 떠나 외래 치료를 받는 병원이 있는 파주의 한 원룸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엄마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 일도 있었다. 지난 10월 발작이 일어난 두준이에게 의료 조치를 하던 중 식도에 미세한 구멍이 나는 바람에 일주일 간 금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근육량이 많이 빠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황이다.
아직 큰 수술이 남아 있다. 두준이는 내년 추석 즈음 고관절 수술을 한다. 엄마는 두준이가 수술을 잘 버텨 언젠가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마음껏 뛰어노는 날을 꿈꾼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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