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꽃 보도를 접한 발레용품 쇼핑몰 ‘이발레샵’이 주은이(가명) 중학교까지 토슈즈를 지원하기로 했다. 월드비전 제공
발레리나를 꿈꾸는 주은이(가명·14)는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이달 열리는 국제 발레 오디션 프로그램 준비로 정신이 없다. 평일에는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지만, 주은이는 힘든 내색도 없이 매일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로 주은이는 내년 2월 유럽에서 열리는 갈라쇼에 참가할 기회도 얻었다.
지난 6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에 소개된 주은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발레에 재능을 보였다. 그나마도 스포츠 바우처(기초생활 보장 가정의 아이에게 제공되는 복지 제도)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주은이는 “무대에 섰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엄마(47)는 주은이에게 섣불리 발레복을 입힐 수가 없었다. 혼자서 주은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는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운영도 실패하면서 1억원의 빚만 떠안은 상태였다. 이들 가족에게 남겨진 건 대구의 작은 월셋방 보증금 50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 때문에 자식의 꿈을 가로막지 말자’는 생각으로 엄마는 쉽지 않은 길을 걷기로 했다. 다행히 주은이는 발레복을 입고서 재능을 만개했다. 주은이는 투정 하나 없이 잠을 줄여가면서 연습했고, 노력의 결과로 수많은 표창장과 상장을 받았다. 국제 콩쿠르 대회에서도 수상하고 발레로 유명한 중학교에도 입학했다.
엄마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발레 교습비를 비롯해 학비, 하숙비, 발레용품비 등만으로도 매년 수천만원이 필요했다. 주은이는 그런 상황을 알았는지 가장 저렴한 5만원짜리 토슈즈도 닳아 망가질 때까지 아껴 사용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전쟁으로 발레용품 가격이 더 올라 근심이 깊었다.
주은이의 사연을 담은 <한겨레> 나눔꽃 보도 뒤, 모두 2470만원이 모금돼 주은이 가족에게 전달됐다. 모금액은 주은이의 4분기 학비와 1년 치 주거비, 레슨비, 콩쿠르 참가비 등으로 쓰였다. 또 발레용품 쇼핑몰 ‘이발레샵’은 나눔꽃 보도를 접하고 주은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토슈즈를 지원하기로 했다. 엄마는 “낡은 토슈즈 대신 새 신을 신고 주은이가 마음껏 연습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주은이는 영재교육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파트타임으로 식당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던 엄마도 이번 후원금을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엄마는 “앞으로가 걱정이긴 하지만 후원금으로 1년 정도 시간을 벌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줘서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주은이도 주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저도 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발레연습을 하기에 앞서 주은(가명)이가 토슈즈를 신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