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디에츠 증후군’을 앓는 은별이(가명·11)가 지난 5일 자신의 집에서 방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은별이 엄마 제공
신체 여러 부위 결합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질환인 ‘로이-디에츠 증후군’을 앓는 은별이(가명·11)는 이번 달부터 방문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동안 치료비가 부담돼 병원조차 다니지 못했지만, 후원금으로 재활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걷기 힘들어 하는 은별이가 서울의 대학병원까지 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방문 재활치료를 선택했다. 은별이 엄마(40)는 “그동안 은별이가 갑자기 주저앉아 아파해도 울면서 손으로 주물러 주는 게 전부였는데, 방문 치료를 받게 되어 정말 꿈만 같다”고 했다.
지난 7월 굿네이버스와 함께한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에 소개된 은별이는 엄마와 같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엄마가 은별이의 질환을 알게 된 건 유치원 때였다. 은별이는 제대로 걷지 못해 갑자기 넘어지거나 주저앉는 일이 많았다. 엄마는 은별이가 다칠까 봐 안아서 등하교를 시켰다. 완치는 어렵지만,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심장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정기적인 심장 검사와 재활운동, 도수치료로 발병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관건이다.
은별이의 사연을 담은 나눔꽃 캠페인 보도 뒤 후원금 798만원이 모였다. 이 돈은 가장 먼저 치료비와 검사비에 들어갔다. 정기적으로 꼭 받아야 하지만 한 번에 80만원이 들어 엄두를 못 냈던 심장 검사도 예약했다.
후원금은 엄마가 가장 걱정했던 딸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데에도 쓰였다. 엄마 혼자 어린 딸을 돌보며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파출부와 설거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데다 식비와 간식비 부담으로 은별이는 빵과 라면으로 식사를 대부분 때워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다.
이제는 엄마가 은별이가 좋아하는 마라탕과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을 직접 해주거나 각종 밀키트 지원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됐다. “매일 라면만 먹던 은별이가 달라진 메뉴를 보고 ‘크리스마스 축복 같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하더라고요.”
연체됐던 수십만원의 관리비·공과금도 냈다. 엄마의 월급(80만원)과 거의 맞먹지만 엄마가 일하러 간 사이 꼭 필요한 ‘등하교 도우미’ 서비스도 지원을 받고 있다. 은별이는 처음으로 영어·수학 학습지도 시작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외가 친척이 2년간 살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한 집은 내년까지만 살 수 있다. 아직 엄마는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휘어진 척추에 신경이 눌려 거동이 힘들어 일을 쉬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엄마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에 희망을 놓지 않는다. “예전엔 모녀가 같이 세상을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후원을 받은 은별이가 감사한 마음을 자주 표현하고, ‘나도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하는데 기특해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삶을 대한다면 우리 모녀도 남들처럼 놀이공원도 가고, 은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도 함께 가서 마음껏 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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