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피살 사실을 은폐한 혐의 등으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재판에 넘긴 데 이어, 첩보 삭제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14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원장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는 14일 오전 10시 검찰 소환에 응하겠습니다”라며 ‘공개 소환’을 바란다고 적었다. 박 전 원장은 서훈 전 안보실장의 지시를 받아 2020년 9월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이 담겨 있는 첩보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관련 첩보 보고서를 생산한 정부 부처들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한 뒤 혐의를 정리하는 수순이다. 앞서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피살 사실을 은폐하고, 공무원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유도한 혐의는 재판에 넘겼지만, 첩보 삭제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제외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박 전 원장을 조사한 뒤 서 전 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세 사람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부터 서 전 실장을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한 바 있고, 문 전 대통령이 사건과 연관될 수 있는 피살 은폐 의혹은 서둘러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정무적 판단을 하겠지만, 현재로선 박 전 원장을 조사한 뒤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혐의와 연결 고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전직 대통령에게 조사까지 요구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도 기자들과 만나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수사팀도 충분히 절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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