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로 국방부·해경 관계자들이 경계태세에 나서지 못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를 안보 현장에서의 경계태세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인과관계 확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달 29일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서 전 실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피살 사실에 대해 보안유지 지시를 내려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할 국방부‧해경이 마땅한 조처에 나서지 못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씨가 피살된 정황을 인지한 직후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살 및 소각 사실의 외부 유출을 금하는 보안유지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이로 인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할 군의 업무에 제약이 생겼고, 이는 곧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인과관계의 확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예민한 첩보 내용에 대해 배포선을 제한하는 등 보안을 강조한 것과 군사의 작전상 경계태세 강화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직권을 남용한 행위와 권리행사를 방해당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돼야 하는데, 보안유지 지시로 인해 경계태세에 나서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 쪽도 보안 지시는 은폐 목적이 아니었으며, 보안지시가 있더라도 유관기관이 대응에 나서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군사·안보 측면에서의 대응 필요성을 법적 요건으로만 파악한 검찰의 시각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보안유지 지시 자체가 직권을 남용한 행위인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든 군사 대응이 규정에 맞춰서만 이뤄지는 건 아닌데,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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