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과 서 전 실장 쪽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월북’이 언급됐다는 에스아이(SI. Special Intelligenc. 특수정보)가 재판 증거로 제출될 가능성이 나온다. 에스아이 공개로 안보 자산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가 서 전 실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든 혐의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 전 실장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허위자료를 관련 부처에 배부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반면 서 전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에스아이에 ‘월북’이 두 차례 언급되는 등 자진 월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급박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황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근거 자료도 없었다는 취지다. 결과적으로 에스아이의 내용과 성격에 대한 판단에 따라 서 전 실장의 혐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 사건 에스아이는 국방부 소속 국방정보본부 예하 777사령부가 입수한 일종의 감청 자료다. 이씨 피살 직전 나눈 북한군 대화에는 ‘(상부에) 이씨가 월북했다고 보고하라’ 등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 북한군의 대화를 감청한 에스아이의 증거능력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 부장판사는 “북한군의 대화라 ‘전문증거’지만 정보를 입수한 군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르면 해결될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감청 요원을 재판에 부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증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 법원이 더 강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쪽에서 해당 증거 채택에 반대할 이유가 없고, 증거능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원 진술자(북한군)가 증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월북’이라는 단어가 두 차례 등장하는 것 외에 다른 근거 없이 자진 월북을 단정한 것이 문제라는 판단이기 때문에, 에스아이를 내세워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 에스아이가 공개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월북’ 판단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해 재판부 판단을 받아보는 절차 자체는 필요해 보인다. 다만 감청 방식 등 안보자산 침해 우려를 막기 위해 비공개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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