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참사 한 달여가 지난 이태원 사고 현장 벽에 비를 피하기 위한 비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사고 현장에서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점을 밤 11시22분으로 특정하고, 당시 소방의 구조·구급 활동이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수본은 지난 10월29일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와 생존자 등의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점을 밤 11시22분으로 확인했다. 이날 밤 10시15분 119 첫 신고 기준으로 희생자 등은 1시간7분 동안 밀집된 골목에서 끼어있었던 것이다.
특수본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소방의 구조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살아있어도 끼어 있던 탓에 스스로 못나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초기에 적절한 조처를 했다면 끼임을 조금이라도 빨리 해소할 수 있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넘도록 끼어있던 인파 자체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과 소방기본법 등에서 규정하는 ‘위급상황’으로 보고, ‘구조·구급대를 신속하게 출동시켜 인명구조와 응급처치, 이송 등 필요한 활동을 하게 하여야 한다’는 법 규정 등을 준수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이날 밤 11시1분에 119 신고를 했다가 숨진 희생자 역시 그 시간까지 끼어있는 채로 생존하다가 구조를 받지 못해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혼잡경비가 본연의 업무로 규정돼있는 등 인파 관리의 책임이 경찰에도 있는 만큼, 경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끼임 해소에는 물론 다치거나 숨진 시민을 구조하는 일도 있겠지만, 골목에 있던 사람들의 통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건 경찰의 일이 아니냐”라고 했다.
특수본은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첫 압사 신고 15분 뒤 현장에 도착해 30여분동안 지휘를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특수본은 사고 발생 전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머무르던 최 서장이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사고가 난 골목 인근으로 이동한 밤 10시30분부터 지휘선언을 하기 전인 밤 11시8분까지 30여분의 시시티브이(CCTV) 기록을 확보했다. 당시 시시티브이에는 최 서장이 현장지휘팀장과 대화를 나누거나 도로를 잠시 바라보는 장면 등이 담겨있지만 무전이나 통화, 문자 등으로 지휘한 기록은 없다는 것이다.
시시티브이 등을 토대로 특수본은 ‘최 서장이 밤 10시51분께 골목 뒤편에 진입해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는 소방청의 국회 서면 답변도 허위라고 보고 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적절한 구조 지휘 활동이 이뤄졌는지 검토한 뒤 조만간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서장이 직접 무전은 하지 않더라도 주변 직원 등을 통해 지시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서장이 팔짱만 끼고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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