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에서 연일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남욱 변호사가 이번에는 “추가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50억원 로비 의혹 재판에서 “곽 전 의원이 직접 김만배씨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과 김씨 모두 이를 부인했는데, 불리한 처지의 남 변호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유·압박 등을 받아 말을 바꿨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28일 곽 전 의원 로비 의혹 재판에서 남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시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새로운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이미 증인신문을 마친 남 변호사를 다시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이날 검사가 “다른 사건으로 조사받던 중 곽 전 의원과 김씨의 모임과 관련해 추가로 기억나는 것이 있다고 진술한 게 맞나”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곽 전 의원이 취해서 ‘회사에서 돈 꺼내주고 징역 3년 갔다 오면 되지’라고 말해 김씨가 화를 낸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50억원 뇌물을 달라는 취지로 곽 전 의원이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사가 말한 ‘다른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재수사를 말한다. 이에 김씨 쪽 변호인은 “남 변호사의 (해당 상황에 대한) 증언은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며 진술 신빙성을 강하게 문제삼았다. 김씨 쪽은 “다수의 사건에서 수사받거나 기소된 피고인인 남욱으로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유, 압박, 답변 유도, 암시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사에 의해 남 변호사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다. 김씨 쪽 변호인은 “남 변호사가 최근 수사 과정에 갑자기 새로운 사실을 기억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남 변호사의 진술에 검사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인신문에 앞서 검사가 “강압이나 회유가 있었나”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없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갑자기 새로운 진술을 하게 된 이유로 “굉장히 많은 자료, 증거들이 확보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오래돼서 기억 못하는 내용들을 기억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남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하자, 곽 전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찰이 새삼스럽게 또 다른 과정에서 조사한 것을 제출한다”며 재판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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