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개발 이익 수백억원이 배당된 천화동인 1호 지분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노후자금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법정 진술했다. 천화동인 1호 지분 가운데 이 대표 쪽 몫이 있었다는 이전 진술에서 더 나아가 자금 사용 목적까지 특정해 주장한 것이다. 다만 이런 법정 진술 역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전언’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25일 오후 열린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 재판에서 진행된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에 배당된 700억원(세후 428억원)의 명목에 대해 “(이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총 4번의 선거, 2014년은 제가 선거자금을 드렸으니까 그 이후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도지사, 2021년 대선, 그 이후 노후자금 정도 생각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 들었나’는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 질문에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들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이 시장 쪽 몫 지분은 성남시 관계자들이 알아서 정하는 거라고 생각했는가’라고 질문했고, 남 변호사는 “책임자인 이 시장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시장 쪽 몫 소유관계가 총유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남 변호사는 답했다. 총유란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재산을 소유하는 형태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앞서 검찰이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이 대표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수백억대 뇌물 약속 혐의에 대해서도 ‘맞춤형 소유 관계’를 증언한 셈이다.

한편, 이날 재판은 김만배씨가 지난 24일 0시 석방되면서 처음으로 ‘대장동 일당’ 피고인 전원이 불구속인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남 변호사에 대한 유 전 본부장 쪽 반대신문을 마치며 오후 3시40분께 마무리됐다. 당초 ‘천화동인 1호 지분은 모두 내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며 남 변호사 쪽과 맞선 김만배씨 쪽 입장도 이날 재판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 전 본부장 쪽 반대신문이 길어져 김씨 쪽 반대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