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애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고 법정 진술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쪽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는데,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두 사람이 법정에서 합을 맞춘 듯 이 대표 쪽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25일 열린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의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 시작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피고인 5명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됐다. 김만배씨가 지난 24일 0시 석방되면서 모든 피고인이 구속 상태 벗어났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이날 김씨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를 묻자, 남 변호사는 “김씨가 이 시장과 친분이 있는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어서, 그 사람들을 통해 이 시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부탁했다”고 답했다. 다만 남 변호사는 “김씨가 실제 그런 활동을 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친분이 있다고 지칭한 유력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남 변호사는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김태년 민주당 의원, 이화영 전 의원(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라고 들었다. 김씨가 2011∼2012년 이 세 분을 통해 이 시장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어 “이 시장이 절대로 허가를 안 내준다고 하니, 민간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재명의 마음을 바꿔달라’고 김씨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이 대표의 주도로 추진됐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성남도개공 설립은 이 시장이 주도해 최윤길 의원의 협조를 받아 추진한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이 시장의 의지에 공사 설립이 진행된 건 맞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저나 대장동 주민들이 공사 설립을 돕게 된 건 오로지 대장동 사업 진행을 위해서였지만, 시의 입장에선 공사가 설립돼야 대장동 뿐만 아니라 위례나 그 외 이 시장이 생각한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거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그렇다면 유 전 본부장이 각본을 짜는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전체적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준 각종 사업 구조를 만든 책임(배임 혐의)이 유 전 본부장이 아닌, 이 대표 쪽에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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