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남욱 변호사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오후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 못한 부분이 있는데 법정에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성남)시장 쪽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전’에 나선 것을 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민간 사업자들의 책임을 덜면서 이 대표 측근들에게 혐의 내용을 몰아주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당장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며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개발 수익금 700억원(세후 428억원)이 배당돼 있는 천화동인 1호 지분에 대한 남 변호사의 변화된 진술은 1년째 진행되고 있는 배임 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에 앞서 유 전 본부장 역시 “천화동인 1호에 내 몫은 없다. 이 대표 쪽 지분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근거로 ‘대장동 사업 수익금 700억원을 유동규, 정진상, 김용이 공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을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이 ‘700억원 저수지’의 귀속 주체로 이 대표 쪽을 명시하면서,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등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역시, 당시 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남시가 몸통이 되는 모양새다. 현재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등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인데, 이익 배분을 약속받은 결정권자는 따로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남 변호사는 또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3억5200만원의 전달 경위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며 이 대표 측근들을 겨냥했다. 그는 유흥주점에서 7000만원, 일식집에서 9000만원, 스크린골프장에서 1억원 등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했는데,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 아니고 높은 분들(정진상·김용)에게 드릴 돈이라고 했다. 일식집에서는 돈을 받더니 곧바로 다른 방에 가서 전달하고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이밖에도 이 대표 쪽에게 수시로 불법 자금을 건넸다고 법정 진술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이아무개씨로부터 위례 신도시 사업권 제공을 대가로 22억50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4억∼5억원을 2014년 성남시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이 대표 쪽에 건넸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의 이같은 추가 진술은 불법 자금의 종착지를 유 전 본부장에서 이 대표 쪽으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민간 사업자와 이 대표 쪽이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복잡한 자금 흐름으로 얽혀있는 정황을 공개하면서, 구체적 청탁 여부 등에 따라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적용 혐의의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남 변호사의 진술로 유 전 본부장의 혐의가 바뀔 뿐만 아니라, 검찰 입장에서도 금품을 전달받았다는 쪽에도 다양한 혐의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 실장 등 뇌물 의혹은) 지자체 권력을 매개로 민간 사업자와 유착해 사익을 추구한 사건이다. (이 대표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 변호사가 전날 법정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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