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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상민과 행안부, 참사 위험 몰랐다? 그것도 법 위반이다

등록 2022-11-14 14:14수정 2022-11-14 16:53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고발되면서, 일선 경찰과 소방관에게 집중되던 이태원 참사 책임 수사가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행안부 쪽으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특수본 역시 전날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상민 장관과 행안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한다. 158명이 숨진 사회적 참사를 낳은 것이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공유·전파하며, 사전 대책을 마련하는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라면 행안부 책임은 가볍지 않다. 첫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된 10월29일 저녁 6시34분 이전에 이뤄졌어야 할 행안부의 재난 및 안전 관리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따른 책임을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위험 예측 못한 것도 잘못

10월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청 9층 회의실에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11개 부서장이 참석했다. 용산경찰서(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와 용산소방서(소방안전대책)는 각각 대책을 만들었다. 인파 위험을 적시한 곳은 용산소방서 뿐이었지만, 최소한 10월29일 이태원이 ‘위험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행안부 장·차관 직속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업무는 △위기징후 분석·평가·경보발령 △재난발생에 대비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포함한다. 참사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것 자체로 제 업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소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사이 위험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과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할 업무 또한 행안부의 일이다. 오민애 변호사(‘10·29 참사 TF’ 공동간사)는 “핼러윈 기간 이태원의 위험 가능성이 공유되지 않을 정도로 체계가 없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용산구와 서울시, 중앙부처 사이 소통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다. (행안부가 위험 가능성을) 몰랐더라도 위험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체계를 그대로 놔둔 것 또한 중앙 재난 안전 기관으로서 행안부가 업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피 업무된 재난관리 방치

2014년 11월, 그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18조)는 지자체, 광역시·도, 행안부가 각각 재난관리상황실을 운영하도록 했다. 지자체와 중앙 정부 상황실 사이 ‘유기적인 협조’와 ‘정보 공유’ 또한 법으로 강조했다. 지역에서 중앙까지 참사를 방지하고 대응하게끔 행정 체계는 만들어놓았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청 재난안전관리팀 공무원은 3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전문성 있는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1명뿐이다. 지자체 재난관리는 ‘기피 업무’라고 한다. 서울시 한 구청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늘어난 매뉴얼 때문에 업무는 많은데 인력은 적다. 딱히 인센티브랄 것도 없다”고 했다. 다른 구청의 담당자는 “팀장마저 석 달에 한번씩 바뀌는 곳인데 (이태원 참사 이후) 또 안전대책 수립 지시가 내려올 것 같다”고 했다. 지자체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의 업무 기피 현상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은 이미 2020년 행안부가 만든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4년)에서도 짚은 문제다. 매뉴얼과 체계를 아무리 만들어 놓아도 실제 운영되기는 어려운 현장 상황을 알고도 방치한 셈이다.

행안부 재난관리실 ‘주요 업무’인 재난안전통신망과 재난 대비·대응 인프라 또한 이태원 참사 앞에서 먹통이었다.

형사책임 외 ‘시스템 조사’도

작동하지 않는 재난·안전 관리 체계를 방치한 행안부 책임은 가볍지 않다. 다만 수사와 형사처벌만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난·안전) 시스템이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이지만 사전에 지시와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정도로 현장에 없던 이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진상조사와 책임의 전부라고 여긴다면 결국 현장 공무원 몇몇을 처벌하는 꼬리자르기로 귀결되고, 참사 재발 또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수사와 별개로 참사 발생 과정을 하나하나 복구하고 따지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윤완철 카이스트 명예교수(한국시스템안전학회 고문)는 “위험이 보고되는 체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무원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태만하게 근무했다면 그것을 보고할 체계는 마련할 수 없는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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