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 사진), 남욱 변호사. 김혜윤 기자, 김명진 기자
수억대 자금을 조성해 김용 더불어민주당 부원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김 부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추가 기소까지 됐음에도, 앞선 검찰 수사 단계에 대부분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혐의로 추가 기소까지 된 이들이 스스로 변호인 조력권을 포기한 셈이라,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금을 조성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이들 대부분이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용 변호사의 대장동 재판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 조사 입회 여부에 대해 “정 변호사가 혼자 (검찰 조사에) 간다”고 밝혔다.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또한 이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 대부분 변호인 입회 없이 혼자 참여했다.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전직 천화동인 4호 사내이사 이아무개씨 또한 참고인 조사 당시 변호인 없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유동규, 남욱, 정민용, 이씨 등의 일치된 진술’ 등을 근거로 김 부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돈을 줬다고 진술한 이들의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가 없었던 것이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 변호사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들 대다수가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본다. 본인들도 처벌받을 수 있는 사건에서 무더기로 변호인 조력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가 이뤄지는 일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이렇게 쟁점이 첨예한 사건 주요 관계인들이 일치된 진술을 하면서 변호인 입회를 거부하는 것은 공교롭다. 수사팀이 사전에 피의자들과 일정 선에서 혐의를 정리해주는 등 편의를 봐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자들을 회유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다만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하면 조사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적고 피의자와 검찰 모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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