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8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도중 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돈이 ‘이재명 대선자금’이라고 명시했지만, 정작 이 대표를 ‘공범’이라 적시하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날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전 전략기획실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이 지난해 4∼8월 공모해 이 대표의 당내 경선을 준비하면서 남 변호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남욱(자금 조성)→정민용(중간 전달)→유동규(최종 전달)를 거쳐 김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20여쪽에 이르는 공소장에 이 대표 이름을 수차례 적시했지만, 이 대표가 이들의 혐의를 인지했거나 지시했다는 공모관계는 담지 못했다. 김 부원장을 20일간 구속 수사했지만 불법 정치자금 사용처 역시 공소장에 넣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직자(김용·유동규)와 민간사업자(남욱 등)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선 경선 관련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정치자금 사용처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구체적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추가 기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김 부원장을 구속한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을 수차례 불러 보강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김 부원장 조사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부원장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부원장은 이날 기소 직후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내어 “검찰 기소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공소장 내용은 소설에 불과하고, 대장동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 검찰의 창작 소설을 절필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검찰 기소 대상에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2014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김 부원장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빠졌다. 앞으로 검찰은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추가 조사한 뒤,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대장동 사업이 한창 논의되던 2014년 당시 김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정 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혐의를 연결고리 삼아 이 대표 배임 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이 이날 김 부원장의 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기소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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