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이 든 상자를 들고나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8일 오후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기며 “추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14시간 만인 9일 오전 또 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곧바로 착수한 것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순이다. ‘수사-구속-기소-수사’ 고리가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며 이 대표까지 빠르게 수사를 끌고 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검찰은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이재명 대선자금’을 적시하는 한편, 대장동·위례신도시 민간사업자들과 김용·정진상·이재명 세 사람의 관계망을 짜는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 공소장이지만 이 대표와 정 실장 이름이 수십차례 언급된 이유다.
검찰은 정 실장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는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모두 1억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압수수색 영장에 적었다. 검찰은 또 전날 기소한 김 부원장이 2014년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장동 사업이 한창 논의되던 시기인 2014년, 이 대표 최측근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각각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토대로, 당시 성남시장으로 대장동 사업 관련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수사하기 위해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철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검찰은 김용·정진상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발판 삼아 막대한 대장동 개발 이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 보통주 지분 중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지분 절반(24.5%)을 정진상·김용·유동규가 ‘공동 소유’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민간사업자 쪽에서 나온 진술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대장동 개발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로 민간사업자들이 추가 배당받은 404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배분받기로 약정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이 대장동 개발 이익을 챙길 목적으로 민간사업자 쪽에 특혜를 줬고, 이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알았다면, 두 사람은 물론 이 대표에게까지 배임 혐의를 물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검찰 수사가 단계별로 올라가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검찰은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이재명’ ‘대선 자금’을 언급하긴 했지만, 공모관계를 담지는 못했다. 김 부원장에게 8억4700만원의 정치자금이 전달됐다는 혐의 자체도 민간사업자 진술을 제외하곤 직접 물증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표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연결시켜야 할 고리가 여러개 남아 있는 셈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대장동 사업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이 민간사업자·김용·정진상 등 혐의를 모두 입증해야 이 대표 배임 의혹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쉽지 않은 수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겨레> 확인 결과, 법원은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4일 발부했다. 검찰은 닷새 동안 영장 집행을 하지 않고 시기를 조율한 셈이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은 지난 5일까지였고, 김 부원장은 8일 기소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야당 대표를 상대로 한 수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언론에도 관련 이슈가 끊기지 않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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