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용산구 경찰서장·소방서장·구청장을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핼러윈 참사 이전, 당일, 이후 안전 및 상황 관리에 1차 책임을 지는 지역 기관장들을 상대로 사전 대비 및 사고 대응을 적절히 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7일 특수본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전날 피의자 입건했다고 밝혔다. 핼러윈 기간 안전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계장도 입건했다. 또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 상황이 위험하다’는 취지의 현장 보고를 받은 뒤에도 상부 보고 및 현장 지시 등을 하지 않은 채 저녁식사를 마친 뒤 참사 발생 50분 뒤에야 이태원 현장에 나타난 혐의를 받는다. 류 총경 역시 압사 위험 112 신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황관리실을 이탈했고, 박 구청장은 안전관리 책임자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용산서 정보보고서 삭제와 관련해 “작성자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이 삭제된 사실과 (이 과정에서) 회유 정황을 파악했다. 삭제 경위 등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이날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저녁식사를 한 식당 및 주변의 시시티브이(CCTV) 녹화 영상을 확보했다. 이 전 서장은 특수본에 입건된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및 경비과장, 경비과 직원, 관용차 기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전 서장은 식사 도중 이태원 상황 관련 현장 보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밤 9시46분 관용차 기사가 식당 앞에 차를 댄 뒤에야 식당에서 나왔다. 식당 직원은 “(이 전 서장 등이)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식사를 시킨 뒤 평범하게 먹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서장은 참사 현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녹사평역 근처 도로가 막히자 관용차 안에서 50분을 허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용산 대통령실은 당시 현장 확인을 위해 이 전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밤 11시5분께 이태원 현장에 도착했지만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도착 시간이 밤 10시20분으로 기재돼 있다. 특수본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경찰에 비해 비교적 신속하게 참사에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피의자 입건되면서 경찰 수사가 소방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참사 발생 전 접수된 압사 위험 112 신고와 관련해 경찰이 저녁 8시33분과 9시에 ‘공동 대응’을 서울소방본부에 요청했는데, 이후 신고자와 통화한 뒤 출동하지 않았다는 혐의 등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호 전광준 장예지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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