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회에 출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왼쪽)이 눈을 감고 있다. 윤 청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부터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이 참사의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경찰의 수장인 윤 청장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경찰 수사가 가뜩이나 ‘셀프 수사’라는 불신을 받는 마당에 수사의 독립성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만큼 수사를 경찰에 맡겨놓을 수는 없게 됐다.
윤 청장은 7일 국회에서 ‘특수본에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집무실이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현재까지는 하지 않았고 추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번 수사는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을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특수본을 꾸렸고, 윤 청장은 “수사 진행 상황은 보고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겠다”고 약속했다. 윤 청장 스스로 이런 원칙과 약속을 깬 것이다. 경찰청은 “언론 보도와 관련한 주변 얘기들을 습관적으로 ‘보고’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윤 청장은 참사 당시 상황 보고도 받지 못한 채 캠핑장에서 잠든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경찰 지휘·보고체계 난맥상의 핵심 책임자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인 해임 요구를 받고 있다. 이날 발언까지 나온 마당에 윤 청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단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원칙을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윤 청장을 해임해야 마땅하다.
특수본은 이날 이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하지만, 윤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와 행정안전부 등 윗선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청장의 이번 발언으로 경찰 수사는 불신의 한계점까지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특검 도입이 경찰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계속 수사를 맡기는 것이야말로 진실을 흐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사처벌 이외에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할 국정조사를 수사 뒤로 미루자는 주장 역시 근거를 잃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