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태원 참사 늑장·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6명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7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 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의 과장과 계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전날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류 총경과 이 전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다. 용산서 정보 과·계장은 직권 남용·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용산구청장과 용산소방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 관리관이었던 류 총경은 112상황실을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24분이 지나 복귀하는 등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현장 총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참사가 발생한 뒤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이태원 주변을 55분간 우회하는 등 1시간30분 동안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은 참사 이후 부서원이 작성한 핼러윈데이 관련 정보 보고서를 정보관 개인 컴퓨터에서 삭제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또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대상으로 재난 책임 관리기관으로서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이 예견 가능했는지,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웠으며 사고 발생 이후 각 부서별 공무원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또한 사고 발생 전 접수된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 및 119 신고에 대한 처리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 받는다.

다만 특수본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참사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참사 직전 ‘밀어 밀어’를 외쳐 참사를 키웠다고 의심받은 ‘토끼 머리띠’에 대해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휴대폰 위치나 시시티브이 확인, 참고인 조사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미끄러운 기름을 뿌렸다고 의심 받는 ‘각시탈’ 또한 시시티브이나 휴대전화 위치 조사에서 별다른 범죄 혐의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특수본은 이날까지 참고인 154명을 조사했고, 압수물 7134건을 분석하는 등 참사 당시를 재구성하는 기초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혐의가 있는 이들을 특정하고 소환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경찰 지휘부나 중앙부처에 대한 압수수색과 피의자 입건 등 본격적인 수사는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29일 지방에 머물며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경찰청장과 서울 시내 치안의 총책임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수사에 대해 김 대변인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만 밝혔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청 등에 대해서도 “각 기관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을 법리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