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CCTV에 찍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CCTV 화면에는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밤 10시55분께 이 전 서장이 이태원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이태원파출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관용차 안에서 한 시간 가량을 머무는 등 늦장·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묵살하고, 참사 이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들은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는다.
현장 총책임자인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상황에서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이태원 일대를 55분간 우회하는 등 1시간30분동안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집회 관리를 한 뒤 오후 9시24분께 용산경찰서 주변 한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식사를 했다. 오후 9시47분께 관용차량을 이용해 이태원으로 출발한 그는 10분 뒤인 오후 9시57분께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하지만, 차량 정체로 해밀톤 호텔까지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경리단길, 하얏트 호텔, 보광동 등 여러 우회로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오후 10시55분에서 오후 11시1분 사이 인근 앤틱가구 거리에서 하차했다. 그제야 걷기 시작한 이 전 서장이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5분께다. 뒷짐지며 걷는 모습이 시시티브이(CCTV)에 고스란히 찍히기도 했다. 당시는 이미 참사 발생 50여분이 지나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 전 서장 관용차가 처음 도착했던 녹사평역과 참사 현장은 700~800m 떨어져 있다. 이 전 서장은 해당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해 최소 55분간 근처를 우회하며 현장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은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대규모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정보보고서를 보고받고도, 축제 당일 안전 대비에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참사가 발생하자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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