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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시민보다 대통령실’ 올인…참사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등록 2022-11-07 11:56수정 2022-11-07 18:00

대통령실 보안·집회 통제 위해
시민 안전에 투입될 경찰 줄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밤 8시32분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퇴근 전 마지막 무전은 ‘집회 관련 격려’였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밤 9시24분 ‘집회 관리’ 후 설렁탕 집에서 식사했다. 참사를 예고하는 ‘압사’ 위험 신고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경찰 지휘부의 관심은 ‘집회’에만 쏠려 있었던 셈이다.

지난 5일 경찰이 공개한 김 청장과 이 전 서장의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을 보면, 김 청장은 이날 집회 관리를 격려하는 마지막 무전 이후 4분 뒤 서울청을 나서 집으로 퇴근했다. 참사가 벌어진 지 1시간21분 뒤인 11시36분에야 자택에서 용산 서장 보고로 이태원 상황을 인지했다. 11시44분부터 지시를 시작했다. 

참사 현장 근처에 있었던 이 전 서장의 움직임은 더 느긋했다. 밤 9시24분 집회 관리를 마치고 설렁탕집에 들어갔다. 이후 9시47분 식당을 나와 관용차량으로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참사 현장에서 불과 800m쯤 떨어진 녹사평역 근처에서 차량으로 진입을 시도하더니 10시55분~11시1분에 이르러서야 차에서 내렸다. 이 전 서장이 차 안에서 1시간 이상 머무는 사이 참사가 벌어졌다.(10시15분) 현재까지 이 전 서장이 차 안에서 내린 지시나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집회에 67개 부대, 윤 사저에도 2개 기동대

김 청장과 이 전 서장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이날 경찰의 관심은 줄곧 집회와 대통령 경비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 집중 촛불 대행진’ 등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 67개 경찰 기동 부대가 배치됐다.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 지역의 경우 집회 신고는 없었지만 2개 기동대가 교대로 근무했다.

반면 시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이태원 참사 현장에선 혼잡의 위험을 막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저녁 6시34분부터 시민들이 112로 11건의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경찰은 이 가운데 4건만 현장에 출동했다. 저녁 7시34분께 현장 경찰이 인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인파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밤 9시30분께 20명의 교통 기동대가 집회 관리를 마치고 합류했을 뿐이다.

사회적 참사 전문가는 이런 경찰 지휘부의 행적과 경찰 배치에서 드러나는 편향성에 주목한다. 박상은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관은 “정책 신호나 정부의 기조 변화가 경찰의 태도와 자원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참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밝히는 것은 사법적 처벌을 떠나,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적 참사 조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집회대응 경찰 늘고, 생활안전 경찰 줄었다

시민의 생활 안전과 보호보다 집회 관리나 대통령실 보안에 집중하는 정부와 경찰의 태도는 참사 이전부터 꾸준히 드러난다. 특히 용산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이전까지 청와대와 광화문 광장 등이 있어 종로경찰서가 주로 맡았던 집회 시위 관리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이전인 올해 2월과 비교해 10월 용산서의 경비 인력 가운데 집회 대응 인력은 8명 늘어났다. 대통령의 출근길 교통 통제 등을 담당하는 교통안전계 인원이 20명 늘었다. 반면 생활 안전과 민생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방범 순찰대 인력은 9명 줄었다. 대통령실의 보안과 집회 통제를 위해 시민의 안전에 투입되는 경찰을 줄였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용산서의 한 경찰은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업무가 과중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집회 시위나 대통령실과 관련한 업무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찰 내부의 분위기도 이같은 쏠림을 거들었을 수 있다. 경비 업무를 주로 맡았던 한 경찰 간부는 “교육 단계 때부터 혼잡 경비 개념을 익히고 실전 훈련 받지만, 실제 업무를 하면서는 인사권자들이 관심을 두는 집회 경비와 시국 경비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실 이전 등으로 관련 업무가 폭증한 용산서에서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조차 주로 마약 단속과 과다 노출 등 풍속 단속에 동원됐다. 경찰은 애초 136명이 29일 이태원에 배치됐다고 밝힌 바 있으나,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가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마약 단속 등을 위한 사복형사 50여명, 모의 총포나 과다 노출을 단속한 9명, 교통 경찰 26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빼면 이태원 파출소 경찰 32명을 포함해 50명 안팎의 경찰만이 인파로 인한 참사 위험을 관리한 셈이다.

2017~2022년 용산서의 핼로윈 대응 보고서를 보면, 2019년까지는 ‘인파 운집과 안전 사고’에 초점을 맞춘 데 견줘 올해에는 ‘불법·무질서에 대한 엄정 대응’에 무게를 실었다. 이 또한 이전부터 이어온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취임 직후 국민 체감 전략과제 1호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안전 과제 첫머리에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담았다. 사회적 참사나 대형 사고와 관련한 내용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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