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지난달 29일 압사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2시간30분 전 현장을 지휘하던 경찰관이 용산경찰서에 교통기동대라도 보내 달라 요청했지만 용산서는 인근 대통령실 근처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 집회’ 대응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집회 관리가 끝난 기동대는 저녁 식사까지 마친 뒤 밤 9시30분에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9일 이태원 현장에서 상황을 관리하던 용산서 소속 경찰관은 저녁 7시34분께 교통과 쪽으로 교통기동대(20명 규모) 출동을 긴급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경찰관은 “저녁 7시가 넘어 현장에서 교통과에 기동대를 출동시켜 달라고 했지만, 2시간 정도 지난 밤 9시께 교통과로부터 집회가 이제 끝났으니 지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교통기동대를 요구하기 한 시간여 전인 오후 6시34분 이미 첫 신고자가 “사람들이 엉켜서 압사당할 것 같다. 진입로에서 인원통제 등 조처를 해줘야 될 것 같다”고 신고해 이미 상당한 인파가 몰린 시점이었지만, 용산서 교통기동대 지원은 집회 종료 뒤에야 이뤄진 것이다.
참사 당일 오후 4시부터 사고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선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관하는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교통기동대는 첫 요청 시점으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난 밤 9시30분께 현장에 투입됐다. 이미 경찰에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8건의 경찰 신고가 접수된 뒤이기도 하다. 다만 교통과 관계자는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교통과 직원 6명을 교통관리 목적으로 이태원 현장에 지원했다”며 “당시 교통상황을 무전으로 보고 받았을 땐 크게 정체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이 공개한 용산경찰서의 지난달 29일 이태원 경력배치 계획을 보면 교통기동대 20명, 교통경찰은 6명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기동대가 들어간 시점(밤 9시30분)은 도로와 보행로를 꽉 채운 차량과 인파로 경찰 통제가 더 어려워진 때이기도 했다.
교통과는 당시 교통기동대가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집회관리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보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태원 현장에서 교통기동대 출동을 요청받았던 시각 기동대는 서울역부터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삼각지 일대로 행진 중인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는 데 투입됐다. 본래 혼잡 상황에서의 통제를 담당하는 경비과 및 정보·교통과 모두 집회 대응에 나선 상황이기도 했다.
용산서 교통과 관계자는 “집회 관리 중인 (기동대) 근무자를 보낼 수 없었다”며 “교통기동대 직원들이 저녁밥도 먹지 못하고 일을 했기 때문에 (집회가 끝나고) 식사를 마친 뒤인 밤 9시30분까지 이태원 현장에 가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