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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112 책임자, 참사 당시 자리 비웠다…1시간24분 만에 복귀

등록 2022-11-03 11:59수정 2022-11-03 22:49

상황실 근무 지침 어기고 부재
서울청장 보고 3분 뒤 상황실 복귀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과 관련한 내부 감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감찰팀이 꾸려진 지 하루 만에 지휘부에 보고를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대기 발령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 중 야간 상황을 책임지는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이 112상황실을 이탈해 참사 발생 1시간이 넘어서야 복귀하는 등 경찰의 상황관리 시스템과 보고 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진 사실이 확인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당일인 29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일하고 있던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류미진 총경은 이날 오후 11시39분 당직을 서던 112상황 3팀장으로부터 사고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112종합상황실로 복귀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4분이 지난 시점이다.

상황관리관은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경찰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청 상황실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경우 평일에는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경정)이 상황관리관을 겸하고, 휴일과 공휴일에는 다른 총경급 경찰이 상황관리관 당직으로 지정된다. 상황관리관 당직은 24시간으로 주·야간 근무한다.

류 총경은 사고 시점에 내부 상황관리관 당직 지침에 따라 상황실에 있어야 했지만 부재중이었다. 상황관리관은 주간근무 전반(아침 9시∼낮 1시)과 야간근무 전반(저녁 6시∼새벽 1시)에는 상황실에 대기하고, 이외의 시간에는 본인의 사무실에 대기하게 돼 있다.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류 총경이 상황실에 복귀한 시간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시각(11시 36분)보다도 3분이 지난 시점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59분이 지난 사고 이튿날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파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총경들이 돌아가면서 휴일 상황관리관을 맡는 시스템 때문에 상황실 대기를 규정한 매뉴얼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상황실에 있는 상황관리관 책상이 본인 책상도 아니고, 직원들이 불편할까봐 관례적으로 자기 사무실로 가서 일한다”며 “류 총경이 보고받은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했다.

기동대 등을 출동시킬 수 있는 지휘권을 가진 류 총경이 상황을 더 일찍 인지했다면 초동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 같은 대규모 사상 발생 시 상황관리관은 기동대 등 가용 경력이 몇 명인지 확인해 즉시 현장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총경이 상황실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이태원에서는 “살려 달라”는 구조 신고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경찰이 첫 압사 위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힌 저녁 6시34분부터 사고가 발생한 시각인 밤 10시15분까지 사고 현장의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는 11건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밤 10시15분부터 11시까지 “살려달라”는 내용의 112신고가 87건에 달한 것도 이날 새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감찰을 진행 중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날 류 총경을 대기발령하며 “상황관리를 총괄해야 함에도 이를 태만히 해 상황 인지 및 보고가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2일) 대기발령한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에 대해서도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류 총경과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특별감찰팀은 또한 류 총경을 비롯해 사고 당시 당직 중이었던 112상황팀장과 상황실 직원 20여명 등 112치안종합상황실 전체를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 복수의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류 총경이 본인의 사무실에 있었으며 상황팀장의 보고도 밤 11시39분 전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상황실에 복귀하기까지 류 총경의 동선은 어땠는지, 상황팀장이 언제 사고를 인지하고 류 총경에게 보고했는지 등은 수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류 총경의 사무실은 서울경찰청 건물 10층에, 112종합상황실은 같은 건물 5층에 있다.

한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청장실과 서장실은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라 그랬다. (향후 압수수색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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